[대충유원지]
최종 수정일: 2019년 8월 14일
대충살자. 그러나 대충 만들지는 말자
길을 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춰서 한동안 바라보게 되는 가게가 있다.
단순히 ‘인테리어 멋있네’라는 느낌을 넘어서 공간의 아우라에 자연스레 압도되는 그런 곳.
대충유원지를 소개한다.
Interior & Branding Point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
제작(hand-made)가구의 매력
낮은 천정의 비밀
[공간.가구.그래픽의 harmony]
이 곳에 가면 아래 순서대로 눈길이 간다.
<Space - Furniture - Sign graphics>
첫 째, 고급스러운 공간이 보인다.
그 다음으로 모서리마다 귀가 접힌 가구들.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형상화한 듯한 로고 그래픽이 보이는데 실제 공간에서는 이 세가지 요소가 서로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이다.
이 곳은 3곳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만든 공간이다.
인테리어: 푸하하하 프렌즈 / http://fhhhfriends.co.kr/
가구: studio 씨오엠 / http://www.studio-com.kr/
그래픽: studio fnt / https://studiofnt.com/
놀라운 점은 프로젝트 시작부터 명확한 디자인방향을 세우고 진행한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들이 하고싶은 대로 열심히 디자인해보자'라는 합의만 있었다고 한다.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앞의 작업자와 비슷했다.
<세 회사의 디자인 협업과정>
이론상 쉽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난이도 높은 프로세스이다.
이유는 디자인은 제작이 아닌 창작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형화된 model을 만드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무엇을 다른 이와 함께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할 수 있다.
마치 음악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와 유사하다.
경연을 위해 보컬이 이리저리 기타를 튕기며 곡의 방향을 잡는다. 그 다음으로 다른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악기로 그 곡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서로의 음들을 조율하면서 마침내 하나의 완성된 곡을 연주하는.
<JTBC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이러한 관점에서, 대충유원지는 이름처럼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수준 높은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디자인력을 십분 모아 만든 하나의 정교한 작품과 같다.
[직접만들었다.제작가구]
이 곳에 들어서면 유독 가구가 눈에 띈다. 비록 나무지만 돌처럼 묵직하고 무게감이 느껴졌다. 가까이서 보니 이곳의 가구들, 모두 제작이었다.
가구는 제작방식에 따라 크게 기성과 제작가구로 나뉜다.
또한 제작가구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아래처럼 나뉜다.
현장제작 : 공사현장에서 목수가 필요에 따라 제작하는 방식
공장제작 : 가구제작공장에서 가구를 제작하고 현장으로 보내는 방식
업체제작: 전문가구업체에게 디자인부터 설치까지 턴키로 의뢰하는 방식
다시 대충유원지로 돌아와서 가구를 분석해 보자. 이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이는가.
<대충유원지의 가구들>
이 곳은 ①가구전문업체 studio com에서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두 맞춤화 한 ②제작가구이다.
또한 P.O.S (업소용 결제 단말기) 대신에 패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패드도 카운터에 매립되어 있다. 이는제작하기 전에 미리 계산되어야만 가능한 디테일이다.
<카운터, 왼쪽 매립형 패드>
이 곳 가구만의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가구의 귀(모서리)부분이 모두 곡선으로 접혀 있는데, 이는 이곳의 대표가 미팅 때마다 쓰고 나온 페도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페도라에서 영감을 얻은 가구 디테일>
Studio COM.
디자인 도출방법도 특이했다.
허나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영감일 듯 하다. 그만큼 자신에게 애정을 가지고서 세심하게 관찰했다는 증거이니까.
[범상치않다.천정 디자인]
이 곳의 천정, 비밀스럽다.
멀리서 봐도 멋있고, 가까이서 보면 더욱 예쁘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내부에 들어서면 층고(공간의 높이)가 확실히 낮다. 왜일까?
① 천정 제작과정
가까이서 보면 수 많은 네모들이 반듯하게 뚫려있다. 추측컨대, 이는 합판을 레이저로 컷팅하여 이어 붙인 듯 하다.
<이어 붙인 천정의 모습>
②천정 시공과정
이렇게 공장에서 무언가를 제작한 후 현장에서 설치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치수다.
마치 온라인 쇼핑과 비슷하다. 정사이즈를 주문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너무 크거나 작을 때. 난감하지 않나.
공사도 똑같다. 첫 실측 후 공장에 제작을 맡긴다. 얼마 후 현장에 제작한 합판이 들어오고, 이어 붙이려고 하는데 아뿔싸. 사이즈가 맞지 않다!
옷은 교환이나 반품이 되지만 현장은 아니다. 전량 폐기하고 다시 주문해야한다.
이렇듯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 덕분에 이 곳만의 시그니처 천정이 탄생했다.
③낮은천정의 비밀
다른 가게에 비해 유독 천정이 낮다. (눈대중으로 약 2100mm)
왜일까 하는 마음으로 천정을 유심하게 관찰하는 순간, 해답이 풀렸다. 그리고 영리했다.
그림을 보면 합판 위로 사무실 천정 비슷한 게 보인다. 바로 사무실에서 많이 쓰는 석고텍스와 형광등이다.
<합판 뒤로 보이는 석고텍스>
이는 기존의 천정을 뜯어내지 않고 재활용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천정의 높이도 낮아진 것이고.
그럼 천정은 왜 재활용했을까?
이렇게 하면 공사비가 절감된다.
1) 철거비 2)천정구조물 설치비 3)전선 연결비 4)전기구 설치비를 아이디어 하나로 퉁 친 셈이다. 이렇듯 비용과 디자인을 모두 고려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이끌어낸 디자이너에 박수를 보낸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6길 37
영업시간: 12:30 ~ 22:00
[아래 글들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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