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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ITRV

주신당[酒神堂]

최종 수정일: 2019년 12월 9일

서양에 아바타가 있다면, 동양에는 주신당이 있습니다.


과거 무녀들이 살았던 신당동(神堂洞) 한 켠에, 십이지신(十二支神)이 뛰노는 숲이 있다. 신이 되지 못한 고양이가 몽환적인 꿈 속으로 안내하는 곳. 칵테일 바 주신당(酒神堂)을 소개한다.



Interior & Branding Point

  1. 브랜드, 이야기를 입다.

  2. 디자인의 끝, 디테일


[브랜드,이야기를 입다]

유럽여행을 갔을 때 한 박물관을 간 적이 있다. 역사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들 가길래, 나만 안보면 후회 할 것 같아서 시간을 내어 찾았다.


홀로 박물관을 거닐다 실증이 날 무렵, 조금 전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그림을 한 큐레이터가 설명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녀는 화가가 이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와 당시의 심정, 그리고 작품 곳곳에 숨겨진 의미를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는데, 그제서야 비로소 작품이 가슴에 와 닿았다. 같은 그림일지라도 그 배경을 이해한 후 느껴지는 감동은, 홀로 감상했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울림이 있었다.


그날은 필자에게는 ‘아는만큼 보인다’는 의미을 몸소 느꼈던,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이는 공간도 다르지 않다.


이야기를 입은 공간은 언제나 흥미롭고, 이는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여기,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그 역사가 매우 길고 질긴 구전설화의 한 가닥을 뽑아서 빈틈없이 꽁꽁 싸맨 매우 기묘한 공간이 있다. 익숙한 십이지신(十二支神)을 소재로 허름한 외관을 방패 삼아 비밀스럽게 자신만의 소리를 내고 있는 곳, 바(bar) 주신당이다.


오늘은 내부를 보기 전에 이 공간의 배경을 먼저 들려주고 싶다. 왜냐하면, 이 공간은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하나, 신당동(神堂洞)


주신당의 이야기는 이 곳이 자리잡은 동네로부터 시작된다.

신당동은 광희문 동쪽에 위치하는데 이문은 예로부터 시구문, 즉 시체가 내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도성 안에서 사람이 죽으면 밖으로 시체를 내보내는 문이었다고. 때문에 신당동 일대에는 공동묘지, 화장터가 많아 자연스레 신을 모시는 무당들이 모여 살았고, 신을 모시는 당, 즉 신당에서 그 유래가 시작되었다. 술을 모시는 당, 주신당(酒神堂)의 뜻도 여기서 바로 나오게 되었다.



이야기 둘, 십이지신(十二支神)


장소만으로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이 곳에, 십이지신이라는 꽤나 친숙한 열두 동물을 이야기꾼으로 모셨다.

꾸러기수비대로 이미 유년시절부터 우리를 수호하고 있는 십이지신을 불러온 이유는, 추측컨대 전통적인 많은 캐릭터들 중 사람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접점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십이지신은 주신당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녹아져 있었는데, 이는 디테일 장에서 더욱 자세히 설명하겠다.


이야기 셋, 숲


주신당의 정확한 공간 컨셉은 ‘십이지신이 사는 숲’이다. 실제로 숲을 표현하는 재료들이 많아서 바텐더에게 물었더니, 처음의 컨셉은 외국의 붓다바(Budda Bar)에 더 가까웠다고 한다.

<불교가 공간의 테마인 budda bar>


하지만 이는 종교적인 색이 너무 강해서, 조금 더 대중적이고 동양스럽게 연출하기 위해서 사람들에 친숙한 숲과 십이지신을 차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십이지신들이 뛰노는 지상낙원이 떠오른다.



아바타가 서양의 낙원이라면, 주신당은 꾸러기수비대가 뛰노는 동양의 낙원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렇듯 주신당은 동네의 유래와, 무속신앙의 이야기와, *디자이너와 사장님의 상상력이 더해져 세상 유일무이한 분위기를 가진 기묘한 바(bar)가 되었다.


*이곳은 디자인스튜디오 논스페이스가 디자인했다. 또한 사장님은 동대문 장프리고(과일 칵테일바)의 사장님이시기도 한데, 이곳 2호점의 전체 컨셉 및 구상을 직접 기획 하셨다고 한다.


공간을 소개하기 전, 필자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이제 함께 감상해보자.

<주신당의 입구>


주신당의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바(bar)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외관이다.

밤 9시, 배달 오토바이만 지나다니는 을씨년스러운 거리에서 이러한 façade를 홀로 마주쳤을 때에는 사실 많이 무서워서 집에 갈까 잠시 고민했다. 너무 ‘곡성’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무엇을 숨기고 있길래 이리도 허름한 척,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바의 입구는 필자의 인스타그램 영상을 본 독자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주신당의 문은 바로 고양이문지기가 지키고 있는 오른쪽에 있다. 문은 이렇게 열면 된다. 단, 입구가 낮으니 조심하자.

<문으로 들어가는 필자의 영상>


이제 드디어 공간의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앞의 이야기를 알고있는 독자들에게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할 것 같다. 본인의 상상을 더해서, 천천히 감상 해 보자.

(필자는 직접 찍은 사진만 올리지만 이곳은 내부가 매우 어두워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해서 논 스페이스가 제공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주신당은 사진으로도 매력적이지만, 실제 공간은 몇 배는 더 좋다.


외관에서 느꼈던 긴장감과,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의 감동, 공간의 향과 음악, 사람들의 낮은 말소리를 온몸으로 느꼈을 때에는, 마치 깊은 꿈 속으로 들어 온 듯한 몽환적인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음악과 말소리를 모두 mute하더라도, 왠지 십이지신들이 속삭이는 소리와 연못의 물소리가 날 것만 같은 매우 기묘한 곳이었다.




[디자인의 끝,디테일]



디테일이라는 단어는 여러 직종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데, 인테리어에서는 ‘완성도’라고 표현하고 싶다.

공간은 전체부터 보이지 않은 작은 곳까지 얼마나 고민하고 표현했는지에 따라 그 완성도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천정에 에어컨을 다는 것과, 에어컨의 살까지 디자인해서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이것이 바로 디테일의 차이다.

<.txt coffee 리뷰에서 소개했던 에어컨 디테일>


주신당은, 지금까지 필자가 리뷰했던 공간 들 중 디테일이 가장 높은 공간이었다. 이제 완성도의 차이를 하나씩, 디테일하게 들여다 보자.


디테일 하나, 신당동(神堂洞)


첫째는 신당동 지역성을 상징하는 디테일이다. 신당을 모시는 곳에서 볼 수 있는 오리엔탈적인 텍스트와 패턴들이 대표적인데 일단 이 곳의 거의 모든 문자는 한자로 쓰여져 있다.

한자를 보는 순간, 현재가 아닌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텍스트가 주는 느낌은 꽤 강하면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왼쪽 아래 고서들도 골동품 시장에서 직접 구입했다고)


<주신당의 메뉴판>


다음은 패턴이다. 신당에 있을 법한 문양을 재해석하여 곳곳에 적용했는데 그 방법이 다양하다. 철판을 컷팅하기도 하고, 가구화 하기도 했으며 술잔을 받치는 코스터에도 어김없이 대입했다.

<다양한 문양의 모습>


<그 밖의 신당스러운 것들>


위의 두 가지 텍스쳐만으로도 이 곳의 컨셉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지만, 끝이 아니다.


이야기 둘, 십이지신(十二支神)


다음으로, 우리들의 이야기꾼 십이지신을 찾아보자.십이지신은 크게 12동물을 재해석한 그림과 꾸러기수비대의 중독성 깊은 가사,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역시 텍스트화 했다.


<논스페이스의 환생한 십이지신>


<12개의 바체어와 십이지신의 활자들>


<테이블에도 음각으로 새겨 넣었다.>



이야기 셋, 화장실


끝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화장실이다. 앞서 티컬렉티브의 리뷰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필자는 화장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화장실은 홀이나 입구만큼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간과하기 쉬운 공간이다. 때문에 화장실까지 멋지게 디자인 했다면, 다른 공간들은 굳이 보지 않더라도 대게 좋다.


그렇다면 주신당의 화장실은 어떨까?

짜잔. 바로 이런 모습이다.


벽에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패턴과 활자들이 빛나고 있다. 홀의 몽환적인 느낌을 화장실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실제 느낌은 조금 다르다.


밖이 숲이라면, 화장실은 숲 속에 있는 작은 연못 같았다.

실제로 물을 틀면 벽에 연결된 관을 따라서 물이 졸졸 흐르는데, 너무나 독특하다.

이렇게 디테일이 살아 있는 화장실은 처음 보았다.


전해들은 이야기로 이 곳은 준비기간만 반년이 걸렸다고 한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제안, 수정과 발전을 반복하며 주신당을 만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상을 벗어나 잠시 달콤한 꿈을 꾸고 싶다면, 고양이신이 지키고 있는 비밀의 문을 조용히 열어보자. 필자는, 문을 열었던 그 짧은 순간의 기억을 꽤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411

영업시간: 6PM ~ 2AM (금, 토요일은 3시까지 / 일요일 휴무)



[아래의 글들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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